인간은 시간을 담는다
시간은 지나가기 때문입니다.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고, 그게 두렵기 때문입니다. 사진을 찍고, 일기를 쓰고, 달력에 표시하는 것 — 모두 사라지는 것에 저항하는 행위입니다.
그런데 아이러니가 있습니다.
시간을 담은 순간, 그것은 더 이상 시간이 아닙니다. 정지된 무언가가 됩니다. 사진은 그 순간을 담지만, 그 순간을 죽입니다. 기록은 항상 시간을 배반합니다.
플로터 클락이 다른 지점이 여기입니다.
플로터는 결과를 담는 게 아니라 과정 자체가 시간과 동기화되어 있습니다. 지금 이 선은 지금 이 순간에만 그어질 수 있습니다. 1시간 전에 그어졌어야 할 선은 이미 늦었습니다.
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흐르는 것입니다.
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— 그것도 결국 종이 위에 남습니다. 플로터가 꺼지고 나서도 선은 거기 있습니다. 완벽하게 시간과 함께 흐르지는 못합니다.
어쩌면 그 불완전함이 작품의 감정입니다.
시간을 따라가려 하지만, 끝내 따라가지 못하고 흔적만 남기는 것. 그게 이 기계가 하는 일이고 — 어쩌면 인간이 하는 일 전부일 수 있습니다.